IT회사에서 기획자로 9년 간 일을 해오면서, '기획이란 무엇인지', '기획자란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많다. 느낌적으로는 알 것 같지만, 막상 누군가 '정확히 뭐하는 거에요?' 라고 물어보면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전적인 정의', '사회 통념적인 정의'는 인터넷 상에 훨씬 잘 되어있는 글이 많을 것 같아서, 실무적으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들 위주로 나눠보려고 한다. 시작이다.
<기획이란? -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며, 해결 과정을 챙기는 것>
개인이나 회사가 일상의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어떤 고민거리나 숙제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별 게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걸 어떻게든 꼭 '해결해야 할 문제(과제)'라고 인식하는 순간이 분명 있다. 그것을 인식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기획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개인
개인은 작게는 일상적인 것들('오늘 무엇을 먹을까?, '토요일에는 뭘 하고 시간을 보낼까?' )에서, 좀 더 중요한 선택 ('어떻게 해야 저 이성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갈까?', '이번 여름 부모님과 해외여행 계획을 어떻게 세울까?') 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동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스를 얻기도 하고, 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아예 별도로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대한 파악과 해결방안을 도출해간다.
*회사
회사는 조금 더 복잡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건 동일하다.
-이 서비스의 월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
-경쟁사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됐는데 우리는 무슨 전략을 세워야할까?
-A개발팀에서 장애가 자꾸 발생되는데 원인이 무엇일까?
회사 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3번 사례처럼, 장애가 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단순하게 '저 개발팀의 전체 개발자 실력에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의 실력이 그렇게 형편없지 않음을 알고 있다.
또한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개발인력이 귀하기 때문에, 해당 개발팀을 다른 인원들로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포인트는 너무나 많은데, 그 중에 주요하게 확인해야 될 사항들을 체크리스트 처럼 만들어보자.
-해당 개발팀에 일이 너무 많아서 검수 시간이 부족한가?
-해당 개발팀의 인원들에 개인적인 어떤 상황의 문제가 있거나, 팀웍을 맞출 수 없는 이유가 있는가?
-장애가 나는 서비스의 설계 자체는 문제가 없을까?
-적용 전에 관리자의 코드 검수 등 개발 프로세싱은 명확히 정의되고 실행되고 있는가?
이렇게 하다보면 의외로 다른 부분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반영 전에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서 사전에 충분히 확인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무리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프로젝트 스케쥴링 과정에서 사용자 테스트 단계가 지속적으로 누락되고 있었다, 는 문제를 확인하였다(문제 정의).
이 경우 사용자 테스트 단계를 스케쥴링에 무조건 포함되도록 정하고, 일정을 현실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다(해결방안 도출).
다음은 운영부서와 개발부서를 불러 모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합의를 한다(유관부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정리된 사항이 잘 진행되는지 모니터링하고, 프로세싱에 스며들도록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문제 해결 확인)
기획이란, 위 단계의 수행이다. 우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모든 회사는 위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예전처럼 100년 기업이 유지되기 쉽지 않은 걸 봐서는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항상 문제를 인식해서 해결해 가는 과정이 기획이다.
*기획의 정의 (프로세스 관점)
- 문제 인식: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한다. (이 과정은 보통 모두가 이미 아는 경우도 많다.)
- 문제 정의: 정확한 문제가 무엇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분석한다.
- 해결방안 도출: 원인분석을 토대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정리한다.
- 커뮤니케이션: 문제사항 및 해결방안을 문서화 해서 관련자들과 공유한다.
- 문제 해결 확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위 과정을 반복하며 챙긴다.
이 과정을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에서는 이렇게 세분화하지 않고 알아서 하겠지만, 문제의 범위가 조금만 크고 복잡해지면, 누군가 열심히 분석하지 않으면, 원인을 잘못 파악하는 등 문제 정의를 잘못하거나, 피상적이고 잘못된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그래서 '기획자'라는 직군을 뽑아 하루종일 '기획'이라는 일을 시키며, PPT로 보고 문서를 만들고, 엑셀로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왜 이렇게 계속 오를까?' 라는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수많은 석학들이 수 년 간 몇 백명씩 달려들어도 해결방안을 도출해내지 못 하고 있다(...)
업종이 다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별도의 팀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이냐, 다른 부분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해당 업무를 적절히 배분할 뿐이다.
IT서비스는 보통 어느 정도의 기술적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결국 서비스의 효용 차별화에 따라서 성공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 기획자들을 통해 사용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기획해야 한다. 그래서 기획팀이 일반적이다.
*각 업종 별 기획이 필요한 문제와, 해당 기획을 하는 주체
-광고대행사: 광고주의 마음에 드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 광고기획자
-여행사: 여행객의 마음에 쏙 드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 여행 에디터
-게임사: 유저가 만족할만한 흥미로운 업데이트를 이번에 반영해야 한다. -> 게임 기획자
-인테리어사: 고객에게 적절한 견적으로 최대의 만족감을 주는 인테리어를 적용해야 한다. -> 인테리어업자
-제과점: 손님이 만족할 새로운 빵을 만들어야 한다 --> 제빵사
기획에 대한 정의는 이 정도로 하고, 기획에 대한 다음 이야기는 또 다음 편에서 알아보자.
내용상 조금 보완이 필요하거나, 추가적으로 이야기해주실 게 있으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