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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눔, 에세이/개인사

지인의 부고 소식 앞에서 드는 생각 -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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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전해 들은 지인의 부고 앞에서 삶을 다시 돌아봅게 됩니다. 때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에 카페에 앉아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메일 한 통을 보내기 위해 몇시간 동안 자료를 찾고 끄적이는 중에 겨우 한, 두 살 많은 지인의 소식은 눈앞이 아찔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교회 해외선교 봉사에서 처음 만난 지인은 알게된 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의사였던 지인은 의료팀을 맡았고, 팀에서 나이가 두 번째로 많았는데 참 순박하고 열정적이었던 형이어서 꽤나 좋아했습니다. 선교를 다녀온 이후에도 두 세번 정도 따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서로 삶을 나눴습니다. 좋은 사람이니까 가릴 것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 했었고, 그들의 함께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 것까지 들었을 때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풀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작년에 전에 치료받은 병이 다시 도지게 되었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결혼을 할 때에도 몸이 온전치 않았던 것 같은데,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아내 되는 분이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강행하고, 또 병세가 악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옆을 지켰는지 그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다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품고 함께하고자 하지 않았을지 감히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비보를 듣고도 병문안을 가볼 생각을 하지 못 했습니다. 어쩌면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고, 단순히 잠깐 지나가는 감기 같은 것으로 치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결혼을 앞두고 병문안 한번 가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연락도 따로 하지 못했는데, 지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축하한다고, 병원에 있어서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간편송금을 보냈을 때는,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뒤에 많이 신경을 못 썼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감사해야 할 분이 너무 많음에도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놓치고 살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미안함을 안고 장례식장에 가려고 합니다. 통화 한번 못하고 얼굴 한번 못 본 채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지만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듯 언제나 현재가 중요합니다.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나중의 더 큰 후회를 가져올 뿐입니다. 단순히 '오늘을 즐긴다'는 말보다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사는 게 아무리 우리의 삶이지만, 바쁘고 급한 일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영원할 것 같은 기회도, 실제로는 두 번 이상 찾아오는 경우도 흔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나, 친구에게 지금 바로 안부 연락을 하고, 평소에 감사를 표현하지 못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꼭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거나귀찮아서 미뤄왔던 일을 지금 바로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후회없이 하루하루를 살며, 나중에 돌이켜봐도 스스로 후회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짧은 인생입니다. 큰 탈 없이 살다 가기에도 짧은 인생이고,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면 더욱 짧은 인생입니다.

뻔한 이야기가 오늘따라 시리도록 와닿는 것 같아, 뻔한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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