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시장에서 이슈화가 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CJ CGV의 유상증자 발표였습니다.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발표와 동시에 당일 주가는 거의 하한가로 직행했고, 이후 추가 하락하여 발표 전에 15,000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23년 6월 27일 기준) 9,500원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워낙 많이 이용하는 영화관 관련 주식이다 보니, 개인 소액 투자자도 많았을 터라 더 여론은 시끌벅적했던 것 같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급락했으니 달갑지 않았겠죠?
그렇다면 CGV는 이런 위험성을 안고 왜 유상증자를 했을까요? 그리고 유상증자는 꼭 안 좋은 걸까요?
1. 유상증자란 무엇인가?
먼저 '유상증자'의 개념을 알아봅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유상으로 자금을 늘리는 것' 입니다. 즉, 주식회사가 어떤 목적성을 갖고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죠.
'쩐주(돈을 보유한 사람)'가 아무 이유 없이 돈을 줄 리 없으므로, 회사는 돈을 받는 대가로 쩐주에게 주식을 신규 발행 해줍니다. 쩐주는받은 주식 만큼의 회사 주주가 되는 셈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식이 신규로 '발행'되기 때문에 전체 주식 수가 많아지고, 기존의 주주가 갖고 있는 지분의 가치는 줄어드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발행주식이 10주, 주가는 10만원이어서, 시가총액(주식수 x 주가) 100만원인 회사가 있습니다. 현재 이 회사 주식 10주를 주주 A가 전부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고민 끝에, 회사는 유상증자로 주식 10주를 더 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을 10만원 x 10주로 더 발행하여, 총 20주의 주식을 발행한 200만원짜리 회사가 될까요?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회사는 자본법 상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가 주인이므로, 지분이 쪼개질 수록 회사의 가치도 분할됩니다. 회사의 사업구조가 극적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면, 유상증자와 상관없이 회사가 버는 수익과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이전과 동일(엄밀히 따지면 돈을 수혈한 만큼 자산은 늘어나긴 합니다)하므로, 시가총액도 동일해야 정상입니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식 1주의 가치는 희석되므로, 주가는 그만큼 하락하게 됩니다. 위 회사 사례에서 유상증자가 되었을 때 기계적으로 계산한 주가는 5만원이 될 것입니다.(시가총액 100만 원 / 20주 = 5만원). 지분이 100%였던 A는 졸지에 지분이 50%가 되고,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감소(100만원 -> 50만원)했으므로 열이 받을 수 밖에 없겠죠?
2. CGV의 유상증자 감행 이유 : 부족한 자금, 자금, 자금
그렇다면 기존 주주의 반발과 주가 하락 위험이 있는데도 왜 CGV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감행 한걸까요?
CGV는 영화관과 그에 따른 부대사업이 메인 사업모델인 회사입니다. 20년 초 갑자기 발생하여 세계적인 영향을 주었던 전염병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CGV의 사업에 직격탄을 주었습니다.
영화관이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영화관 자체 이용이 금지된 기간도 있었고, 겨우 개봉한 영화관은 띄어서 앉기 등으로 동반 관람을 힘들게 했을 뿐 아니라, 팝콘과 음료수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데(원래 물장사가 제일 돈이 됩니다.), 영화관 안에서 취식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CGV의 수익은 급감했고, 아래 그 결과가 반영된 재무제표 입니다. 결국 CGV는 유동성의 위기를 맞게 되고, 회사의 존폐위기를 놓고 고민하게 된 것이죠.
아래 CGV 5년 주가를 보면 얼마나 큰 영향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18년도 72,000원이던 주가는 유상증자 바로 전 15,000원까지 거의 80% 폭락했는데요, 20년도에도 유상증자를 했었고 경기회복 기대감에 상승하던 주가는 21년도 우울한 실적 발표 때문인지 하락 전환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코로나가 공식적으로 엔데믹으로 선포되고, 회복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으로 그렇게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만원 내외의 월정액 서비스만 가입하면 ,거의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서비스에 익숙해진 탓도 있고, 어느새 가격이 훌쩍 올라 장당 만 오천원에 달하는 영화표는 요즘 경기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빨리 돈 벌어서 몇 년치 빚도 정리하고 기사회생해야 할 CGV가 아직도 제구실을 못 하고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진 것이죠.
회사가 망해서 없어지는 것보다는 일단 부족한 자금을 어딘가에서 유통해와서 회사를 살리는 게 나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유상증자를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주당 발행가액(유상증자 시 1주당 쩐주가 내야 할 금액)은, 현재 주가로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살 수 있으니, 거의 50% 할인된 7,630원으로 예정되었습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7,630원까지는 하락위험이 있다는 것이겠죠.
3. 과연 유상증자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인가?
유증(유상증자)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 유상증자를 감행할 이유가 있을까요? 부족한 자금을 끌어와 신규 투자를 하고,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유상증자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하죠. 자금이 없어 상폐 위기에 다다른 회사일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주식의 가치에 전혀 영향이 없는 채권자의 경우에도, 회사의 자금이 넉넉해져 채권 미 회수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상증자 이후 오히려 채권 가격이 상승하곤 합니다.
결국 유상증자도 회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활용할 수 있는 패'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안하면 좋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고비를 넘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눈 딱감고 같이 가는 것이죠
유상증자, 이제 어떤 건지 감이 좀 오시나요? CGV의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또하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영화관 한번 가는 게 가장 큰 이바지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같이 팝콘 먹으면서 떠들던 옛 추억을 다시 기억해보자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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